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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현역 신분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까?



그 과정을 공개하려 합니다 .


이 카테고리에 있는 2015년 3월 여행은 현역 복무 중에 간 여행입니다.


복무 중 해외여행을 가기까지의 90일간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원래는 이거 실시간으로 썼던 건데 비공개로 숨겨져 있었던 글입니다.


전역한지 이젠 3년이 훨씬 넘게 지났으니 이제는 이 정도는 오픈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부대가 특정되는 단어를 조금 수정하고 올리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공군입니다.




[2014/12/23]


3월달에 일본을 가고 싶어서 일단 행정업무를 보는 부서에 가서 물어봤다

"혹시 병사도 국외여행허가를 받을 수 있나요?"


그러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 "아니 병사는 안 될걸?" 이었는데

아 시작부터 꼬이네..하는 순간 옆에 있던 중대장이 "어 제 친구 병사때 갔다왔었어요 ㅋㅋ 그거 되는 걸로 암 ㅋㅋ" 이라고 해서

어 병사도 되는구나 하고 일이 진행되기 시작함


사실 미리 공군규정 다 찾아보고 해서 준비물이 뭐고 절차가 뭐고 하는 걸 다 찾아보긴 함

그런데 생각보다 복잡하긴 한 것 같다 ..


가장 큰 문제는 .. 확답이 안 나왔다.

이게 상급부대장한테 결재를 받아야하는 부분인데, 상급부대장이 워낙 깐깐해서 결재를 안 해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음

사실 이 부대에서 간부들이 해외여행을 가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라서 상급부대장 결재를 받으러 많이 올라가는데

깐깐하게 군다는 말이 좀 들리더라 ..

가장 큰 문제는 병사 혼자서 여행을 간다는 것에 대한 문제라고 한다. 동반인이 없다고 하니 일본 혼자 가면 어떻게 믿고 보내주냐고 ㅋㅋ;

부서에서는 크게 신경 안 쓰지만 상급부대장님이 그거 보고 빠꾸먹일 수도 있다고.

다행히 평소 행실(?)같은 게 괜찮아서 그런지 주변 간부들이 계속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시고 "일단 신청이나 넣어봐라 ㅋㅋ" 라는 식으로 인행반장님을 꼬드겨주심

그래서 행정반장님이 그래 일단 서류나 제출해봐라. 라고 일단락된 상태

제출 서류도 다 받아놨고, 일단 작성해서 내일 보내봐야겠다.


그리고 일단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비행기표도 샀습니다..

안 되면 뭐 취소하면 되니까 .. 취소수수료 4만원 나옴 .. 크..




[2014/12/26]


일단 보류 상태입니다.

대대장이 바뀌거든요.

원래 정권 교체 시기에 뭐 잘못 하면 훅가잖음

그래서 휴가 갔다 와서 내려고 합니다.





[2015/01/05]


휴가 갔다 와서 서류 냄

일정 뭐 이렇게 자세히 짜놨냐고 놀래심

사실 거기다가 러브라이브 성지순례 코스 써놓은건데 .. 뭐 그렇게 봐주신다면야 감사하고


휴가증 올리래서 휴가증 올렸습니다

휴가증 올릴 땐 행선지 주소를 적어야하는데요

도쿄도 치요다구 소토칸다 2-16-2 로 적어뒀습니다

아 물론 칸다묘진 주소입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1/06]




휴가증이 결재가 났습니다.

허가 올리려면 휴가증이 필요하거든요

전대로 이제 문서도 올라간 상태고,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더 이상 준비할 건 없네요.


이게 괜히 복잡한 게 아니었구나 ..





여기서 다시 정리해보는, 병사가 해외여행 가는 절차


# 먼저 이 절차의 정식 명칭은 "사적국외여행허가" 입니다. 말 그대로 정말 사적으로 해외를 나가는 것에 대한 절차입니다. 그래서 아무런 사유가 없어도 나갈 수 있습니다. 해외에 가족이 있다.. 이런 건 사적국외여행허가랑 별개입니다.


# 국외여행 허가서 작성할 때에는 여행의 대한민국 대사관 연락처, 여행국의 정치경제사회적 상황 등을 자세히 적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행이 일본이라 이런 정보는 매우 얻기 쉬웠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뭐 워낙 치안도 안정적이고 해서, 여행지의 리스크가 있냐는 문항에 정말 뭘 쓸 게 없긴 없지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30km 이내가 여행제한구역이니 이걸 명시해주면 좋긴 합니다. 아예 빈칸으로 냅두면 빠꾸당할 거 같아서요.


# 공군은 "성과제 외박" 기간에는 해외 출국이 안 됩니다. 보통 외박+연가를 붙여 휴가를 나가는 것이 보통인데, 공군은 위수지역이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내의 이야기고 해외로는 못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공군 규정에 그렇게 나와 있구요. 대신 외박을 뒤로 붙여서, 혹시 불의의 사태가 벌어져서 귀국을 못할 때를 대비한 2박 3일의 안전장치로 사용하긴 했습니다. (휴가 기간은 3/23-3/30이지만, 출국 기간이 3/24-3/27입니다)

하루라도 입국이 딜레이되면 해외 출국 기간이 외박 기간에 걸쳐지겠지만, 적어도 귀영지연이 되지는 않을테니까요. 영창이 군교대로 내려가는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아래 서류는 전부 공군 인트라넷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온나라 가서 기존에 올라갔던 문서 찾으셔도 됩니다. 간부 아이디가 있어야 하지만, 다들 간부 아이디 쓰잖아요?



1. 행정계쪽에 국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운을 띄워본다


2. 뭔 병사가 국외여행이냐고 쿠사리를 먹는다


3. 국외여행 허가서 준비물을 준비한다.

 - 여행 경로 및 일정

 - 동반인의 인적사항

 - 비상연락망

 - 국외여행 허가서


4. 휴가증을 결재받는다.

 - 부서장, 중대장, 대대장, 인사행정관리


5. 보안교육을 받는다

 - 운영계장



(보안교육 받음 ㅎ)


6. 모든 걸 취합해서 인사행정관리담당에게 넘긴다


7. 그럼 그 문서를 상급부대 부대장에게 문서를 올려준다


8. 문서의 결재가 나면 해외여행 허가가 완료!


9. 중간에 훈련 잡히면 휴가 취소! 개이득!




이렇게 돌아야되는데 부대에 있는 간부란 간부는 다 만나는 느낌입니다


안 그래도 저희 부대는 엄청 소규모부대라, 간부 하나하나가 다 직책이 있기 때문에 중대장급 이상 간부는 진짜 다 만났습니다.

허가자는 한 명이지만, 받아야 할 서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병사가 뭔 해외여행?" 이라는 마인드로 막아버리면 바로 쫑납니다.

다행히 중대장급 간부는 다 단기장교라 병사를 괴롭히지 않기 때문에 장교에게 막히는 일은 잘 없습니다.

대대장이 중간보스였지만 대대장도 통과했습니다.



게다가 휴가증을 최소 40일 전에 올려야하기 때문에 부대 일정을 최대한 고려하고 올린다 해도 뭔가 일이 있으면 망함

너무나도 리스크가 큽니다..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끝났구요.

약 일주일 정도를 기다려서 상급 부대에서 무슨 반응을 보일지 관찰만 하면 됩니다.

사무실로 막 전화오는 거 아냐 이거?






[2015/01/12]


네 사무실로 전화옴

전대에서 전화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반인이 없으면 곤란하다. 동반인이 있으면 명시해달라. 라고 합니다.


근데 도쿄에 아는 사람 없는데 이거 참 ... 곤란해서

일단 오사카에 사는 사람 아무나 한 명을 섭외하여 보증을 서달라고 했습니다.

오사카 사람이 도쿄 여행자의 보증을 서준다니 문제가 좀 있지만 그런 거 잘 모를테니 일단 넣어보기로 함


만일 이거 허가가 안 되는거면 딱 잘라 안 된다고 이야기했을텐데

자꾸 서류를 요구하는 거 보니까 해주려고 도와주는 거 같아서 왠지 모를 좋은 느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동반인 없는 1인 여행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쪽에서 병사 해외여행 허가를 내본 적이 없어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준 듯 합니다. 좋게 말하면 신경 써준거고 나쁘게 말하면 어떻게 해서든 문제의 소지를 안 일으키려고 한 거지만요.



[2015/01/13]







장장 21일간의 싸움이 끝났습니다.

전대 내에서 병사가 국외여행 허가를 받는 게 제가 첫 사례라고 해서 다들 엄청 헤맸습니다. 진짜 아무도 안 간거임???

이게 오래 걸린 게 허가 때문에 오래 걸린 게 아니라 담당자들이 전부 이걸 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로 몰라서 헤맸던거임 ㅋㅋㅋㅋㅋ



전대 행정과에서 몇 번이나 전화 왔었고, 일본어는 할 줄 아냐, 일본에 아는 사람은 있냐, 가서 뭐 어떻게 할거냐, 갔다 오면 어디서 지낼거냐 등등..

오늘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네요. 결국 13일 17시에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정말 여럿 고생시키네요 ..

괜히 복잡하니까 하지 말란 소리가 아니었어 ...

하지만 됐으니까 상관이 없습니다 ..


이제 남은 건 3월 23일 ~ 3월 30일 사이에 무슨 일이 터지지 않는 것만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뭐 웬만한 훈련이라든가 그런 건 괜찮습니다만 .. 


저희 부대가 좀 특수한 성격을 가진 부대라 작전이 걸리면 얄짤없이 휴가를 못 나가게 됩니다

(전국에서 해당 작전을 할 수 있는 공군 부대는 이 부대 뿐임)

하는 일에 비해 부서원이 너무 적어서 타 부대에서 오히려 차출받아서 가는 판에 제가 휴가를 나갈 순 없으니까요..

일단은 최근 10년간 이 기간에 뭔 일이 있었던 적은 없었고 (정기적인 작전이므로 시즌이 정해져있음)

연간 계획표도 참고해서 이 날짜면 무조건 되겠다! 싶은 곳을 잡았는데 .. 뭐 일단 긍정적으로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2015/02/06]


3월 넷째주에 뭔가가 생겼습니다

지금 이대로 일정이 바뀌지 않으면 휴가를 취소해야합니다.

패닉상태



[2015/02/13]

예쓰!!!! 옮겨짐!

!!!!

살았다!


훈련일정을 말하는 것은 군사보안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일단 여행 일정과 전혀 상관 없는 곳에 생겼습니다

후 이제 ... 사무실 후임만 제때 와준다면 ..



[2015/03/17]


출발 1주일 전. 문제 없이 대기 중.

3월 31일날 휴가제한 걸렸는데 절묘하게 피함 ㅋㅋ




[2015/03/23]


무사히 휴가를 나왔습니다

이제 부대에서 전화가 와도 저는 귀국하지 않을 것입니다




[2015/03/24]


빡빡이 군인 상태로 공항에서 출국했습니다

허가서가 있긴 한데, 딱히 뭐 허가서를 요구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냥 평소처럼 출국하면 됩니다.


전산으로 입출국 블락을 잠깐 풀어주기 때문에 허가서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관련 부서에서 이걸 깜빡하고 안 해주면 출국심사대에서 잡히기 때문에 허가서는 항상 원본+사본+사본의사본+사본의사본의사본까지 준비해서 다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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