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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로 넘어가려면 또 배를 타야 합니다


배를 안 탈 수도 있는데


지도를 열어보는 순간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질 겁니다





해가 금방 떨어져버려서


순식간에 어두워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야간 주행을 안 하는 바람에


3일차인데 처음으로 야간 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안 보이기 때문에


거의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계기주행을 해야 합니다


가로등을 이렇게나 안 달아주나 싶은데




그러다가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나 싶었더니


제가 네비를 잘못 찍었는지 어선이 들어오는 항구쪽으로 보내줘버려서


도착했다고는 뜨는데 도대체 이게 뭐지 싶은 상황이 벌어짐ㅋㅋ







제대로 된 위치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선사 직원이 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예약 안 하고 오셨냐", "오늘 예약 손님이 많아서 이번 배로 못 갈 수도 있다" 라고 합니다



아니 지금 이 페이스로 가도 숙소에 밤 11시 넘어서 도착할 거 같은데


이 배를 못 타면 저는 죽습니다





참고로 이 항로입니다.


육로로 돌면 키타큐슈 히로시마 찍고 마츠야마 지나 700km입니다.


내일 새벽 5시에 도착하구요.


육로로 가는 상상을 잠깐만 해도 현기증이 팍 옵니다





특이하게 여긴 자동차등록증을 꼭 달라고 하네요


한국 자동차등록증인데요?? 하면서 보여주니까


한글로 되어 있어서 당연히 못알아보는데


전장 4,570mm 이라고 된 부분을 보여주며 이게 차 길이다.. 라고 하니 해결됐습니다



자동차 등록증을 보는 이유는 별건 아니고


차 길이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시스템이라 전장을 알아야 하기 떄문입니다



참고로 요금은 8,800엔입니다


시코쿠 들어가는 다리가 다 비싸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아주 싼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아 근데 진짜 지독합니다


비가 안 그칩니다


오늘 단 한 순간도 비가 안 그쳤습니다






그렇게 겁을 주더니


5등으로 탐


진짜 혼난다 너네들..





잘 실렸으니


객실로 감




아까 나가사키에서 쿠마모토 갈 때 탔던 페리보다


조금 더 장시간 운행하는 노선이라 (그래봐야 한 시간이지만)


선내 시설이 좀 더 좋습니다





카펫이 있는 건 마찬가지고


여기 말고 침대로 되어 있는 곳도 있는데 트럭 기사 전용입니다


트럭 기사인지 아닌지 구별할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지만요


저는 카펫이 싫어서 저기는 잘 안 앉습니다





배고픈데


먹을 게 이거밖에 없음




점심도 우동 먹었는데


매우 화남





절망적인 대중교통 연계


그래서 이 노선은 대부분 자동차를 싣고 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이하게 항로에도 국도 번호가 붙어있는데


오이타에서 코치를 잇는 197번 국도의 일부입니다




"이 항로는 국도 197호선 해상 구간입니다"





하선 시간이 되어서 차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갈 숙소를 찍었는데


배를 타면 항상 있는 일이지만 현위치를 제대로 못 잡습니다



아직 오이타에 있는 걸로 나오는데 


도착 시간이 새벽 5시 50분에 거리가 689km가 나옵니다


이 배를 안 타면 벌어질 비극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래도 안 보였지만,


시코쿠 도착 후에는 더 안보입니다


진짜 끔찍합니다








얼마나 안 보이냐면


갑자기 화물차가 커브길에서 중앙선을 넘어서 추월하길래


와 저게 미쳤나;;; 하고 봤더니





중앙선을 넘은 게 아니라 그냥 추월차로로 달리고 있었을 뿐이고


너무 어두워서 추월차로가 생겼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인데


정말 앞차 꽁무니를 따라가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게다가 비까지 오니까..



화물차들은 여기가 홈그라운드인지 정말 그냥 망설임없이 밟습니다


맨 앞에 출발한 화물차가 이 배에서 내린 모든 차의 페이스메이커가 되는 셈입니다








바닥에 홈 파놔서 노래소리가 들리게 해놓는 거


한국에도 몇 군데 있는데요


놀라울 건 없지만



이렇게 어두운 도로에서 음악이 나오고 있으니까


좀 무서운 느낌도 듭니다







창문을 열고 달리면


벌레소리 풀소리 빗소리 이런 게 들려오는데


고단기어를 놓고 RPM을 낮춰서


바깥 소리를 들으며 달리니 마음이 매우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막상 녹화해보니 엔진소리만 들어갔네요






그렇게 답도 없이 어두운 구간을 지나고


드디어 시가지가 나왔습니다


가로등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밤늦은 시간이라 그냥 고속도로로 쓱 질러버리고 싶은데


고속도로가 없는 동네입니다





중간중간 도로 개량은 되어 있는데


본격적인 고속도로는 우와지마(宇和島)까지는 가야합니다


당분간은 이렇게 달려야함





아니 네비보고 돌았는데 여기가 아님


아니 좀 제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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