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렇게 연결하면 안 됩니다)





일본에는 두 개 이상의 열차를 붙여서 운행하는 노선이 제법 많습니다. 제한된 인프라로 최대한 많은 열차를 넣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데요, 역시나 이것도 알면 편하지만 모르면 당하기 좋습니다.



복합열차란?






사진은 간사이공항 - 오사카 간 열차인 "관공쾌속/ 키슈지쾌속" 열차인데요, 보시다시피 열차 두 대가 붙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4호차가 관공쾌속(関空快速), 5~8호차가 키슈지쾌속(紀州路快速) 이구요.


이 열차는 오사카 시내에서 히네노(日根野) 역까지는 붙어 가지만, 간사이공항선의 분기역인 히네노역에서 열차를 분리하여 하나는 간사이공항으로, 하나는 와카야마로 갑니다. 그래서 간사이공항 가는 열차로 잘못 알고 6호차에 타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와카야마에 가버리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 항상 열차 옆면을 확인합시다.




열차는 분명 하나인 거 같은데 행선지가 두 개다... 이러면 다 복합 열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복합열차란, 말 그대로 행선지가 다른 두 대 이상의 열차가 붙어다니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전광판에 이게 나오면 괜찮은데, 대부분 이걸 똑바로 안내해주지 않습니다. 그냥 "간사이공항.와카야마행" 으로만 써져있지 

몇 번째 칸이 간사이공항행이고 몇 번째 칸이 와카야마행이고 이런 걸 친절하게 하나하나 안내해주는 전광판은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열차들은 육성 방송으로 "몇호차까지는 칸쿠쾌속, 몇호차부터는 키슈지쾌속" 이런 식으로 알려주고, 승강장에도 표시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열차 옆면에 있는 행선 안내기는 그 칸의 행선지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확인을 할 방법은 많지만, 복합열차를 탈 일이 있다면 이런 정보들을 놓치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합니다.







▲ (간사이공항행 열차는 한글로도 안내가 나와서 그래도 친절한 편임)




복합 열차의 종류


끝이 갈라진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행하려고





와카야마쪽으로 가는 JR 한와선은 히네노역에서 둘로 갈라지는데, 바로 히네노역에서 간사이공항선이 나뉘어집니다.

그런데 오사카 시내를 달리는 오사카 환상선은 지금도 너무 많은 열차가 다녀서, 와카야마/간사이공항 방향으로 가는 열차에 15분에 한 대 정도만 배정해줄 수 있는 상태입니다.


와카야마행 한 대, 간사이공항행 한 대, 이렇게 번갈아서 운행하게 되면 15분에 한 대씩 다닐 수 있으니까 각각의 열차 배차간격이 30분이 되어버립니다.

이러면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열차를 늘리고자 했는데 그게 바로 복합열차입니다. 일단 둘이 붙여서 오사카에서 히네노까지 가고, 히네노에서 떼서 각각 따로 보내면 실질적으로 오사카-히네노 간도 15분 간격, 그 아래도 15분 간격으로 운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오사카로 올라올 때는 히네노역에서 붙여서 올라갑니다.




● 그 외 예시로 카시마진구(鹿島神宮)로 가는 JR 소부선 쾌속 열차가 있습니다. 11+4량으로, 11량은 나리타공항행이고 4량이 카시마진구행, 분리는 사쿠라역에서 합니다.


● 특급 열차 중에서 제일 유명한 건 나리타 익스프레스입니다. 신주쿠 방향과 요코하마 방향 열차를 각 6량씩 붙여서 12량 편성으로 운행하다가 도쿄역에서 분리해서 따로따로 6량씩 보냅니다. 나리타공항행 열차는 이거랑 역순으로 도쿄역에서 붙여서 나리타공항까지 갑니다.


● 하우스텐보스행 특급 "하우스텐보스"와 사세보행 특급 "미도리" 도 이걸 합니다. 하이키(早岐)역까지는 같이 가고 여기에서 분리해서 미도리는 사세보로, 하우스텐보스는 하우스텐보스로 갑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도 그렇지만, 이 열차들도 대개 지정석을 끊고 타기 때문에 자기 자리만 잘 앉으면 이상한 데로 끌려갈 염려는 없습니다. 


● 신칸센에서도 하는데, 하야부사-코마치 (하야부사는 하코다테행, 코마치는 아키타행), 야마비코-츠바사 (야마비코는 모리오카행, 츠바사는 야마가타 신죠행) 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이걸 하는 지하철 노선은 없고, 현재는 KTX만 합니다. 목포/여수행(익산에서 분리), 포항/부산행(동대구에서 분리), 부산/진주행(동대구에서 분리) 과 같이 운행하고 있습니다.




긴 열차를 종점까지 굴릴 필요가 없어서

JR 타카사키선 열차는 15량 편성인데요, 이렇게 긴 열차를 굴려도 도쿄 도심에서는 미어터집니다. 하지만 끝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한산해지는데, 이렇게 긴 열차를 굳이 종점까지 굴리면 전기가 너무 아깝습니다. 전기도 전기지만 긴 열차는 승무원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승무원 회전율로 봐도 손해입니다.


그래서 15량 편성 열차는 일부러 10+5량으로 만들어서, 일정 범위까지만 15량으로 다니고 그 역을 넘는 순간 5량 편성을 떼버립니다. 그 뒤로는 이제 10량인거죠.


이런 경우 안내방송으로 "뒤쪽 5량은 OOO역 종착입니다 (우시로 고료-와 OOO 도마리데스)" 를 계속 알려줍니다. 이것도 한 열차 내에서 행선지가 다른 두 개의 열차가 존재하니 복합열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 JR 타카사키선 열차는 15량 편성이지만, 카고하라(籠原)역 이후로 올라가는 열차는 대부분 5량을 버립니다. 그래서 카고하라 - 타카사키 간은 10량 편성으로 운행합니다. 버려진 열차는 카고하라역에서 쉬고 있다가, 나머지 10량 편성 열차가 타카사키역에 갔다가 다시 카고하라역에 오면 재결합 후 15량 편성이 되어 도쿄로 갑니다.


● JR 도카이도선 쪽도 마찬가지라서, 코즈(国府津)역에서 15량 중 5량을 떼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 한국에는 아직 이런 예시는 없습니다.





긴 열차로는 못 들어가서



▲ 한신 난바선 구간에서 들을 수 있는 쾌속급행의 4량 분리 안내 방송


영상 시작부터 30초까지 나오는 방송 내용:

"2번선에 다음 들어오는 열차는 고베산노미야행 쾌속급행입니다. 발 밑의 동그라미 ○ 1번부터 10번으로 표시된 곳에서 기다려주세요

이 열차는 아마가사키에서 뒷쪽 4량을 분리합니다.

고베산노미야 방면으로 가실 분은 발 밑의 동그라미 1번부터 6번으로 표시된 곳에서 승차해주세요.




어찌 보면 위의 케이스와 똑같은 거긴 한데, 자발적인 분리와 강제적 분리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난바에서 고베로 갈 때 타는 한신 난바선 쾌속급행 열차는 10량 편성인데요, 난바에서 아마가사키까지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아마가사키부터 합류하는 한신 본선 구간이 6량이 한계라, 10량 편성 열차는 여길 못 들어갑니다. 그래서 뒤의 4량을 떼고 6량만 고베로 갑니다. 그러니까, 고베로 가려면 난바에서 7~10호차에 타면 안 됩니다! 7~10호차는 아마가사키 종착입니다.


반대로 나라로 갈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이 경우 앞의 4량을 떼서 1~4호차가 야마토사이다이지 종착, 5~10호차만 킨테츠나라로 갑니다. 이건 고베행 열차와 달리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지만, 切り離し(키리하나시) 라는 단어가 보인다면 이 점에 조심해야 합니다.



● 도쿄에서는 요코하마, 요코스카로 가는 케이큐 전철이 이걸 합니다. 도영 지하철 아사쿠사선에 12량 편성 열차가 못 들어가기 때문에, 요코스카에서 올라오던 12량 편성 열차는 케이큐카와사키(京急川崎)역에서 8량+4량으로 분리를 하구요, 이 때 8량은 도쿄 방향으로 가고 4량은 하네다공항으로 가는 방식입니다. 남쪽으로도 카나자와분코(金沢文庫)역 밑으로는 12량 편성이 못 들어가서, 4량을 떼고 8량만 종점 미사키구치역까지 갑니다.


● 이 작업이 엄청 귀찮기 때문에, 몇몇 역만 정차가 불가능하다~ 싶으면 그냥 그 칸 문을 안 여는 방식으로 때우는 게 보통입니다. (도어컷이라고 합니다)




장단점

장점

열차 두 대가 하나로 붙어가기 때문에 동일한 배차 간격으로 두 배의 효과가 나옵니다. 특히 끝이 갈라진 노선이라 번갈아가면서 열차를 넣어야 하는 노선이라면 효과가 더더욱 크겠죠



단점

장점은 저거 하나구요 이제부터는 전부 단점입니다


● 열차 연결 / 분리 작업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열차 연결하다가 너무 세게 들이받으면 바로 사고입니다. 이 글 맨 위에 있는 동영상이 바로 준사고(?) 영상인데요, 원래 저렇게 갖다 박으면 안 됩니다... 3m 정도 앞에 정차 후 아주 천천히 붙여서 연결하는 게 정석입니다. 엄청난 숙련도가 필요하고, 인력도 많이 필요합니다.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구요.


●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보통 연결/분리가 이루어지는 역은 정차 시간이 3~4분씩 잡혀있기 마련인데, 이게 생각보다 부담이 크고 열차 소요 시간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든 열차에 다 하진 않고 대부분 최고등급 열차에서만 이걸 합니다. 한 시간에 많아봐야 4번 정도.. (사실 4번도 정말 많지만) 


● 둘 중에 한 대라도 지연되면 망합니다! 두 대를 붙여 올라가야 하는데, 붙여야 할 열차가 빨리 오지 않으면 제 시간에 온 앞 열차가 이걸 기다려야 합니다. 더 최악의 케이스는 앞 열차가 지연되는 건데, 뒤에 붙을 열차가 먼저 역에 들어가서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라 역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순서가 바뀌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답이 없으면 그냥 연결을 포기하고 따로따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 열차를 저렇게 붙이면 운전실이 있기 때문에 두 열차 사이를 넘어갈 수 없습니다. 승무원은 운전실 따고 들어가서 넘나들 수 있지만, 승객은 그게 불가능합니다. (일부 열차는 승객도 통과 가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안 됨) 그래서 잘못 탔을 때 대처가 정말 어렵습니다. 중간에 섰을 때 잽싸게 옮겨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케이큐 전철이 열차 연결/분리를 엄청 스무스하게 하는 걸로 유명한데, 열차 연결이 이루어지는 역인데 정차 시간이 1분(!)이 잡혀있다든가 하는 엄청난 짓을 벌이고 있습니다. 빈도 수도 엄청 많구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렇게라도 안 하면 JR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겁니다. 정말 마른 걸레를 쥐어짜는 꼴이죠. 원래 잃을 게 많은 회사가 기행을 벌이는 법입니다. 이 많은 단점을 다 감수하더라도 장점이 더 크면 하는거죠.


케이큐는 이 짓을 출퇴근시간에도 하는데, 카나자와분코역에서 4량 열차를 더 붙여서 12량 편성을 만들어 도쿄로 보냅니다. 이 때 4량 편성은 빈 열차이기 때문에 이 역에서 타는 승객들은 앉아가기 위해 전부 부속편성 정차위치에서 기다립니다. (앞쪽 8량은 이미 콩나물시루임) 열차 정차 위치가 아닌 곳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 이걸 노리는 사람들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열차 운용을 다 외워버린 프로 승객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반응형